중국에 도착한 첫날부터 맑은 콧물이 수돗물을 틀은 것처럼 줄줄 흐르고, 기침을 콜록콜록 거리는 전형적인 감기 증상이었어요. 한의학에서 말하는 한기에 폐기를 상하게 된 풍한 증상이죠. 쉽게 설명해서 이때는 아기의 폐를 침범한 한기가 아직 몸 깊숙한 곳까지 침범을 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가장 치료가 잘 되는 때에요. 어려운 한의학적인 이야기를 쉽게 풀어보면 폐에 있는 한기를 내보내기 위해 기침도 하고, 콧물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해 보셔요.

몸의 입장에서는 감기를 이겨내기 위해서 하는 면역반응이지요. 그런데 이때 기침을 멈추는 약, 콧물을 멈추는 약 등을 먹게 된다면, 몸을 침범한 한기는 신이 나서 몸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를 하겠지요? 골대에 있는 골키퍼가 불편해 보인다고 없애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콧물을 말리는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게 되면 되려 점막이 건조되어 세균을 쫒아내는 섬모운동이 둔화 되요. 뿐만 아니라 세균감염까지 오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들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하면 되죠. 단순히 ‘감기로 인한 후유증이려니’ 하고 생각했던 증상들이 이런 대중요법으로 인한 것이라고 보면 되는데, 하나하나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지요.

 

‘그럼 이때 아이가 힘들어 하는데도 두고 봐야 하는 걸까요?’

많이들 물어보시는 질문인데, 증상만 완화시키는 대중요번의 치료를 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아이가 힘들어 하더라도 두고 보는 것이 더 나아요. 아이는 스스로 면역을 길러가는 기회를 얻는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무얼까요? 한약치료에요. 양방의 감기약에 비하여 임상증상이나 발열시간 등이 유의성 있게 단축되었다는 연구 발표도 있고, 정확한 치료만 한다면 부작용도 없고 오히려 아이의 면역력을 도와 줄 수 있어요.

아까 콧물이 줄줄 흐르면 제 딸의 감기증상에 필요한 약은 소청룡탕이에요. 폐를 따듯하게 해주는 약재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폐를 따듯하게 해서 한기를 내쫓아 감기를 치료하는 것이죠. 평상시라면 한기가 들어와도 폐가 따듯한 상태를 유지 했을 것인데, 잠도 부족하고 낮선 환경에 폐가 약해져있는 상태에서 폐를 도와주는 약재가 들어간 것이니까요.

어른들보다 모든 반응이 빠른 아기였기 때문에 약을 처음 먹이자마자 바로 기침이 줄었고 다음날부터는 콧물이 흐르지 않았고 3일째에 모든 증상이 사라졌어요. 감기에 걸리면 일주일이 간다고들 하지만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면 3일 정도에 증상이 완화가 될 수 있는 것이죠.

한방감기약을 먹으면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거나 약효가 세지 않아서 빨리 증상완화가 되는 양약 감기약을 선호하지요?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첫 증상에 바로 맞는 감기약을 ‘제대로’ 쓰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병이 이미 몸 속 깊이 들어온 다음에는 치료시간이 더욱 오래 걸리기 마련이니까요.

 

아기에게 한약 감기약이 더욱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한약으로 하는 치료는 아이가 외부에서 침투된 바이러스와 싸우는 우리 몸에게 아군을 더 보내주는 역할을 하죠. 그러기에 아이라서 아직 완성되지 않은 면역체계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폐에 한기가 들면 폐를 따듯하게 해주고, 전신의 혈액 순환이 문제라면 혈액순환을 더욱 잘되게 해주고, 체하면 위를 더욱 튼튼하게 해주는 약을 사용하기 때문이에요. 한방감기약은 양약처럼 종합감기약이 없어요. 똑같은 증상이라도 체질에 따라 사용해야하는 약이 다르죠. 또 다른 증상이라도 같은 약을 사용할 수 있어요 콧물을 흘리는 아이라도 소청룡탕으로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겠지요. 어딘가 기운이 막혀서 발열이 생겼을 때 되려 따듯하게 하는 약재가 들어가서 더욱 증상을 심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진단을 받고 처방받은 한약을 먹인다면 양약의 대중 치료보다 더 빨리 콧물과 기침도 잡을 수 있어요. 그렇기에 어른보다 통증에 더 괴로워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한약감기약이 필요한 것이 지요.

그리고 정말 중요한 이유는 지금부터 설명 드리는 것들 때문이에요. 양약 감기약을 쓰는 것 보다 되려 그냥 낫게 두는 것이 더 좋다고 하는 것도 이 이유 때문이에요. 감기를 감기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중이염이나 뇌수막염 등의 감기보다 더 심각한 질환으로 이환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지요. 요즘 아이 엄마들이 입버릇처럼 달고 하는 말이 있죠? 면.역.력!

감기증상을 이겨내기 위해서 하는 아이의 증상들을 양약으로 막아버린다면, 이 면역력이 장기적으로 손상을 받을 수 있어요. 콧물을 멈추게 해줄 항히스타민제로 인하여 섬모운동을 안하게 된다면 각종 세균들이 아이의 몸속으로 쉽게 들어와 중이염에 걸리게 할 수 있고, 기침을 멎게 해줄 진해제는 객담배출을 못하게 하므로 폐렴 등의 2차 감염이 생길 수 있어요.

또 코막힘을 해결해주는 항울혈제를 부적절하게 과용하면 되려 약물성 비염이 생길 수 있답니다. 이런 질병들을 의인성질환으로 하는데, 감기에 걸려서 면역력이 약해져서 폐렴이 왔다거나 중이염이 왔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감기약이 그 증상들을 가져 왔다고도 한번쯤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또 세균성 질환에 사용되는 항생제는 바이러스감염으로 인한 감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고, 중이염으로 갈까봐 걱정이 되기 때문에 먹인다고 하지만 항생제는 예방효과가 전혀 없어요. 아직까지 세상에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은 없어요. 그렇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바이러스와 우리 몸이 잘 싸우도록 몸을 튼튼하게 해주는 것이겠지요. 감기에 안

걸리고 성장할 수는 없습니다. 또 감기를 걸려서 바이러스를 잘 이겨 내야만 면역력이 더욱 강해지는 것이고요.

 

다음연재에 아이가 열이 날 때 해열제 사용법, 양약감기약이 필요한 경우, 자연치유를 돕는 방법 등에 대해 감기 2편으로 찾아 올께요.~